포기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을
- 혼돈의 이야기
- 2020. 6. 26. 10:00
코로나로 거리에 사람이 없어진 지 벌써 3개월
종업원도 없는 1인 가게
노느니 염불한다고
매일 가게로 나와 앉아 지키고 있다가 라면 하나 물 부어 먹고는 퇴근합니다.
악착같이 가게를 지켰습니다.
새벽에 나와 밤늦게까지 가게에 붙들려 있었던 시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병원에 갈 때 외에는 시내에 간 본 적 없이 오로지 가게만 알았습니다.
열심히 사는 것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말 그대로 표본처럼 살았습니다.
오늘 하루 벌어야 또 하루를 살 수 있기에
목숨을 바치며 살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나은 생활을 생각하면 버텼습니다.
혜민 스님은
몸이든 마음이든 비우면 시원하고 편안해집니다
남을 덜 생각하고 덜 의식할수록 우리의 행복지수는 높아지니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고 합니다.
비교도 어느 정도 급이 맞아야 비교가 되는 것이지
그 수준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비교는 비교가 아닌 동경,
또는 자기비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오늘 못 벌면 죽는 줄 알았고
돈 몇 푼을 거머쥐고 임대료에 물건값을 빼고 나면 마이너스.
이 상태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면 나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는 그 이상을 요구했습니다.
가게를 지키면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손님이 찾아와서 200원짜리 사탕 하나라도 사갈지도 모르지만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가게 자리를 지키는 것을 두 번째로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이왕 안되는 것
그동안 시간이 없어 짬을 못 냈던 일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여유 있게 사람을 만나고
가까운 곳이라도 하룻밤 자고 오는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코로나로 제약을 받지 않는 선에서
가게 문을 닫으면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못 벌면 죽는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이 수입을 포기하고 나니 비로소 보이기 시작합니다.
왜 이렇게 각박하게 살았는지,
결혼 당시 살림살이에서 더 늘어나지 않는 생활을 바꿔보려고
왜 그렇게 아등바등했는지...
지난 세월이 순간순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왜 이리 눈물이 나죠.
지금 조금이라도 행복할 수 있다면
미래의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과거의 고생도 묻어두고
지금 이 순간을 즐겨보려 합니다.
내 손에 쥐어진 것을 포기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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