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부임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엉뚱한 실력 행사

하루는 거래하던 체육복 회사 관계자가 찾아와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적당한 인사도 나누기 전에 대뜸 협박으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번에 새로 부임한 교장 선생님이 불러 갔더니 체육복 원단을 바꾸자고 하네요."

체육복은 한 번 정해지면 바꾸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조금 더 새로운 디자인, 좋은 원단으로 바꾸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체육복은 2년 전부터 개별 구매에서 학교에서 신입생에게 일괄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작년에 가지고 있던 재고를 코로나로 인해서 처리하지 못하고 이월된 상태로
이번에 납품할 때 몽땅 소진하는 것으로 회사 측과 이야기를 해 놓은 상태인데
원단을 바꾼다면 지금 일부 가지고 있는 체육복은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거죠.

 

예년 같으면 벌써 체육복을 지급했을 텐데
코로나 때문에 늦어졌습니다.
그래서 납품하는 회사에서는 일부 확정 물량은 제작을 해 놓은 상태이고
나머지 변동되는 물량만 확인되면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날짜에 납품할 준비를 하고 있던 차였죠.

그런데 원단을 바꾸면 단가가 올라가고 현재 제작해 놓은 체육복을 어떻게 하느냐
일 년을 연기해 주면 나머지 재고는 안고 가겠다고 했는데도
일방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며 준비해 둔 원단을 보여주더라는 겁니다.

 


초등학교 체육복은 개인 부담으로 개별 구매하다
체육복 구매를 학교에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현금 지급이 되고 체육복 구매는 개별적으로 이루어졌죠.
체육복을 물려 입어도 되면 굳이 구매할 필요 없이 살림에 보태어 사용하기도 했죠.
그러다 작년에는 학교에서 일괄 지급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닥치면서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하고 작아져 바꿀 수 없냐는 문의가 들어오기도 했는데요,
꼭 이렇게 학교에서 일괄 지급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주위 상권 활성화를 위해 체육복 구매를 현금 지급하고
체육복을 판매하는 문구점 등에서 개별적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학교도 많다고 하는데,
여기는 학교에서 일괄 지급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속으로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지만
당황해하는 체육복 관계자 앞에서 표시 내기 싫어
"지금 결정 난 것은 아니니 조금 더 지켜봅시다." 하고 헤어졌습니다.
며칠 밤잠을 설쳤습니다.
초등학교 체육복을 판매하는 단 하나의 가게로
손님이 찾을 때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많은 재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언론에다 알릴까,
SNS에다 올릴까 하다
혹시나 학생들에게 그 가게 가지 말라고 한다면,
이전처럼 적당한 단서를 붙여 '등하교시간에 편의점 문구점에 가지 마세요.'
해버리면 그 또한 타격이 작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나설 수도 없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보름 정도 지났을까요.
올해는 원단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1학년 신입생들에게 지급하는 사이즈까지 재고를 남기지 않고 몽땅 반품했죠.
체육활동이 원만하게만 이루어진다면 남아있는 고학년 체육복도 소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올해도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체육복을 입고 체육활동을 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새로 부임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무슨 생각으로 체육복을 단칼에 바꾸려고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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