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동안 금주를 했고 다시 금주를 시도합니다

금주나 금연이나 쉬운 것은 아닙니다.

우스갯소리지만 매년 금연, 금주가 새해 각오에 들어가는 목록 1, 2호로 선정됩니다.

그만큼 쉽게 각오를 하지만 또, 맹세한 대부분의 사람은 실패합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도 당연히 실패할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금연을 할 수 있었던 방법입니다. 동기부여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금연을 성공한 그다음 해에 금주했는데

술을 끊을 때는 금연과는 다르게 한 방에 술잔을 치울 수 있었습니다.

쉽게 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말 술잔을 같이 하기 싫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은인이죠.



어쩔 수 없이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분은 저를 좋아했는지 만나면 술집으로 데려갑니다.

술도 엄청나게 마시더군요.

술 몇 병은 반주고 도대체 술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더군요.

아무리 조절을 해서 마신다고 해도 도저히 같이 마칠 수가 없더군요.

동료를 데리고 가서 술상무를 시키기도 했는데......



그러다 우연히 술을 안 마셔도 되는 핑곗거리가 생겼습니다.

그날 이후로 술을 끊었죠.


그래도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고 아이들과 여행을 가면 한잔을 했죠.

동네나 회사에서는 전혀 안 마셨고요.

술을 한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족여행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올 때 캔맥주 하나를 사서 돌아옵니다.

그 한 모금.

온몸이 찌릿찌릿하면서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죠.


그러다 13년이 지난 몇 년 전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사는 게 힘들어서 술을 찾고 담배를 찾는다는 것을 그 이전에는 이해를 못 했습니다.

술, 담배가 뭔 죄람.

안 마시고 안 피우면 금주, 금연 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술이 곁에서 위로해주더군요.



많이 마시지는 않습니다.

소주 한 병이면 딱 기분 좋고, 물론 두 병 마실 때도 있는데,

보통 한 병 일주일에 한 번 정도에다 두 번 마실 때도 있습니다.

그 정도선인데요.


코로나가 덮친 이 시기에는 더 자주 술을 찾게 되네요.

인건비는 고사하고 임대료도 안 나오는 가게를 붙들고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자꾸 술이 다가옵니다.


멍하니 축 늘어져 있는 것보다 뭐라도 움직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해서

이번에도 술을 끊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네요.

나를 술로 괴롭히던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주위에서 술을 끊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없고

그냥 심심해서 술을 끊으려고 한다면

사람을 만나고 지내려면 술은 한잔해야지…. 하는 의견이 더 많습니다.



실제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정말 심심합니다.

동료들과 저녁을 먹으면 으레 반주가 돌고 어느 정도 얼큰해지면 2차 가는,

그런 기분으로 오늘 힘든 것, 개인적으로 속상한 것 털어버리고

또 내일 일을 합니다.


술을 마시지 않고 술자리에 앉아있으면 보통 재미없는 게 아닙니다.

술 먹은 사람들 조금 전에 했던 이야기 몇 번이나 재탕하고 있습니다.

그 얘기가 그 얘긴데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식사를 마칠 때까지 같이 앉아 있는 것이 여간 곤욕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술 먹은 사람과는 말도 안 통해요.

물어보세요, 술 먹은 사람은 멀쩡하다고 합니다.


술을 끊으려고 시도를 합니다.

옛날에 단칼에 끊었던 그 기분으로,

그런데 안 되네요.

이제는 모든 반찬이 술안주로 보여 술을 떠나보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한 번 더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그냥 재미로 술을 끊어보려고요.

이제는 가족 여행이 아니라 가족이 모이는 날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면 한잔하려고 합니다.

매주 정기적인 음주는 안 하려고요.

시원한 캔맥주가 온몸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을 즐겨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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